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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국내 태양광 시장은 여러 제약과 구조적 전환기를 동시에 맞이하며, 지금까지 경험한 시기 가운데 가장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 본다”
한국태양광공사협회 안병준 회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한국태양광공사협회 안병준 회장이 진단한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의 모습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이라는 목표를 세운 정부, 그중 태양광은 87GW를 담당하는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재생에너지법 개정과 이격거리 규제 개선,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제정 등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제도 개선도 이에 발맞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계통 부족과 출력제어 확대, 입지규제, 금융조달 문제 등 구조적 난제가 여전히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도 계통 연계를 기다리는 현실은 여전하고, 발전사업을 진행 중인 발전소들도 잦은 출력제어로 인한 악화된 수익성으로 근심만 커지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계가 정부의 2030년까지 태양광 87GW 보급 목표 달성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발전설비 보급 확대를 넘어 송배전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주민참여형 사업모델 확대 등 전력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략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 회장은 “목표를 세웠으니 이제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여건”이라며, “계통과 출력제어 등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현장에서의 전망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약 12GW의 신규 설비가 설치돼야 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히려 설치량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송·배전 전력망 보강 지연으로 인한 계통 연계의 한계, 이격거리 규제 개선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의 행정 지연, 대형 입지의 부재, 출력제어 증가로 인한 태양광 시장에서의 자본 이탈 등 설치량 감소를 전망하게 되는 이유는 많다.
다만 최근 재생에너지법 개정과 이격거리 규제 개선,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통과 등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 목표 제시에서만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업자나 시공업체들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단연 보상 없는 출력제어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발생하는 출력제어는 사업자의 귀책 사유가 아닌 계통 수용 한계와 전력망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럼에도 손실은 사업자가 고스란히 부담하는 상황이다.
출력제어가 반복되면 발전량 감소뿐만 아니라 인버터와 내부 부품 손상 같은 2차 피해로도 연결될 수 있다. 출력제어 완화를 위해서는 송배전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선 배전망 ESS나 플러스 DR 제도 등을 빠르게 보급해야 하며, 대책 마련 전까지는 출력제어로 발전을 못 한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시공업체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입지규제, 계통연계, 금융조달 등 복합적 난제가 작용하고 있다. 입지규제는 여전하며, 입지규제를 해소하고 발전사업허가와 개발행위허가를 취득하더라도 계통연계 용량 부족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직면한다. 이 경우 발전소 착공은 기약 없는 기다림과 싸움이다.
어찌어찌 계통접속을 하게 되더라도 이번에는 자금조달 난제가 시공업체를 기다리고 있다. 출력제어가 심해지면서 태양광발전소의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가했다.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해 예상 발전시간을 낮게 산정하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규 태양광 사업은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도 접속 대기 기간이 최소 수년이며, “접속 기한을 확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지자체에서는 발전사업 허가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gettyimage]
정부가 이격거리 규제 개선 방향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법은 바뀌었지만 현장의 문턱은 한 치도 낮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시공업체들의 일관된 목소리이다. 하위법인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지자체의 조례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지자체의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은 중앙 정부의 규제 완화 취지와 무관하게, 지자체 조례가 공식 개정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보수적인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담당 공무원의 해석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업자들은 규제 완화 소식에 기대를 품고 군청이나 시청을 방문했다가 “아직 우리 군의 조례가 유효하므로 허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곤 한다. 법 개정의 효과가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지역별 행정 해석 차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 지침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지자체장의 생각에 따라 자의적 행정이 가능하다. 동일한 조건의 부지라 하더라도 A 군에서는 되고 바로 옆 B 군에서는 안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다.
조례에서 정해 놓은 규제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의무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마을 주민 100% 동의서’ 또는 ‘이장 동의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사업자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심의위원을 구성하고 심의위원으로 하여금 ‘경관 저해’, ‘재해 우려’라는 애매모호한 조항을 걸어 사업을 부결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는 에너지전환을 가로막고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출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적용 가능한 표준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의 자의적 판단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구비돼야 할 것이다.
계통 부족 문제의 현장 체감도는?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의 변전소나 배전선로(D/L) 연계 용량 부족으로 시작된 문제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규 사업은 고사하고 접속 대기 물량도 계통 접속이 안 되고 있다.
신규 태양광 사업은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도 접속 대기 기간이 최소 수년이며, “접속 기한을 확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지자체에서는 발전사업 허가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얻기까지 큰 금액의 용역비를 쓰고 긴 시간을 허비했음에도 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계통 연계가 막혀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허가권을 외국자본에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땅에서 우리의 햇빛과 바람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외국자본으로부터 사 써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영농형 태양광과 햇빛소득마을 등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국내 태양광 산업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농가 소득 증대로 지역소멸을 예방하고, 국가 에너지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이 발전사업의 주체가 되므로 주민 수용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며, 태양광을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에서 지역을 살리는 ‘공익 시설’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햇빛소득마을은 일부 주민만 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발전사업의 주체가 되고, 실질적인 수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될 때 비로소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주민참여형 사업의 핵심은 ‘자금력이 부족한 주민들이 자기부담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많은 주민에게 금융기관 문턱은 여전히 높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금리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증지원 등 신용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참여형 사업은 자칫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농협 등 지역 금융기관과 연계해 주민들이 초기 자본 부담 없이 사업에 참여하고, 발전수익으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 과거의 주민참여형 사업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과거에는 외부 자본이 주체가 되고 지역 주민이 일부 참여하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외부 자본은 일부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에 영농형 태양광에는 일정 부분 외부 자본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앞선 선례로 인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자기자본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시공사와 운영사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간 국내 태양광 시장은 품질과 장기 안정성보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성향이 강했다. 앞으로의 시장 구조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
입지규제와 계통 부족 등 수많은 난관을 뚫고, 큰 비용을 들여 어렵게 태양광을 착공하다 보니 좁은 부지에 많은 모듈을 배치해 설치용량을 최대한으로 늘리려는 사례가 많다.
그러다 보니 좁은 면적에 될수록 많이 설치하는 시공업체가 실력 있는 업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초기 투자비를 아끼기 위해 시공단가만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모습이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하나, 태양광발전소는 최소 20년은 운영돼야 하는 장기 자산이라는 점이다. 초기 비용에만 매몰된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설비를 사용할 경우, 불과 수년 만에 효율이 급락하거나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외산 제조기업의 설비를 채택했다가 해당 공급사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해 버리면, 부품 교체나 사후관리가 불가능해져 발전소 전체를 크게 개수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발전사업자들은 발전량의 지속성과 유지보수 편리를 고려해야 하며, 유지보수도 단순한 고장 수리나 사전 예방을 넘어 발전량 증대를 고려한 유지보수가 진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발전사업자와 유지보수 기업이 사전에 약속한 발전량에 못 미칠 시 페널티를 물고, 발전량을 초과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 방법 등이 있겠다.
안병준 회장은 “목표를 세웠으니 이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계통 부족, 출력제어 등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국내 태양광 산업이 단순 보급 확대를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와 방향은?
첫째는 공포된 신재생에너지법 기반의 지자체 이격거리 완화 모니터링 및 행정 가속화다. 전국의 모든 기초 지자체 현장에서 즉각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이격거리 완화 이행 점검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조례 개정을 조기에 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인허가 절차를 6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원스톱(One-Stop)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도입해 법 개정의 효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는 농지법 개정의 조기 완수 및 영농형 태양광 전용 금융상품의 개발이다. 국회를 통과한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의 활성화를 위해 예고된 농지법 개정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아울러 농민들이 자본력 한계로 사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자기자본금에 대한 보증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송전선로 보강 등 전력망 인프라의 조기 확충 및 ESS 연계 시장 활성화다. 호남 등 남부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의 수요처로 수송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력망 계획에 따른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의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태양광과 결합하는 ESS 장비에 대한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태양광이 전력망에서 기저발전 역할을 하는 유연성 자원으로 변경해야 한다.
출처 : 인더스트리뉴스(https://www.industr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