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민간발전 등 8개 단체 공동성명...기존 투자·장기계약 보호 요구
정부 “지역 수급 반영한 시장 정상화”, 업계 “입지 못 바꾸는 발전소에 위험 전가”
25일 세종청사 앞 800명 규모 집회 추진...규칙개정 통과 땐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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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전력가격제 도입을 놓고 정부의 ‘시장 효율화’ 논리와 발전업계의 ‘기존 투자 보호’ 요구가 맞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지역별 수급을 가격에 반영해 합리적인 발전소 입지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미 투자를 마친 발전사업자에게 뒤늦게 바뀐 가격체계의 부담을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태양광을 넘어 풍력·민간발전·열병합발전 업계까지 도입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면서 가격체계 개편의 실효성과 제도 전환의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민간 발전업계는 4일 ‘LMP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제도 도입 중단과 충분한 검증·협의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마련했다. 성명에는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민간발전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신재생에너지협회, 풍력산업협회, 한국열병합발전협회 등 8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대책위는 이날 이철규·서왕진 국회의원을 면담하며 국회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공동성명과 정책 검토보고서를 통해 규칙개정 일정 재검토, 기존 투자·장기계약 보호, 발전원·계약별 영향분석을 요구했다. 정부·관계기관과의 간담회에 이어 대규모 집회와 법적 대응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입지 유도’, 업계는 ‘투자 신뢰 훼손’…가격 개편 명분 충돌
지역별 한계가격제(LMP)는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판매할 때 적용받는 도매가격에 지역별 수급과 송전혼잡을 반영하는 제도다. 제주를 제외한 육지에 동일하게 적용하던 가격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계통 여건에 따라 달리 산정한다.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가 전력 구매비용을 바꾸는 정책이라면, LMP는 발전사업자의 판매수익을 바꾸는 개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앞서 3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이번 개편이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의 재원 마련과 관계없이 전력시장 효율화를 위해 추진돼 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수도권의 비싼 LNG 발전단가가 비수도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전력이 과잉 공급되는 지역을 피해 발전소 입지를 선택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는 높은 가격, 공급이 넘치는 지역에는 낮은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 효율적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는 미래의 발전소 입지를 유도한다는 명분 아래 이미 투자를 마친 사업자에게 수익 감소의 부담을 지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는 지역별 가격을 보고 투자 여부와 입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기존 사업자는 부지와 설비, 차입금 상환계획까지 확정해 새로운 가격체계에 맞춰 입지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허가한 사업에 투자한 뒤 정산 환경이 불리하게 바뀌면 투자비 회수 위험을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것.
송전망 확충 지연도 이러한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발전사업자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전력망 투자·운영 문제까지 지역별 가격 하락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계통혼잡의 원인과 책임을 분석하고 사업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위험이 기존 투자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숙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사무총장은 기고문을 통해 “미래의 투자 신호가 과거의 투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존 제도를 신뢰하고 투자한 사업자에게 충분한 경과조치 없이 새로운 위험을 부담시키는 것은 민간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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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많이 만드는 낮에 가격 뚝…수익 보호장치도 실효성 논란
태양광 업계는 특히 가격 하락이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모의산정한 지역별 한계가격 모델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비수도권 가격이 분리되는 시간은 연간 2748시간으로 전체의 약 3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오전 7시~오후 7시 시간대가 2341시간으로 약 85%를 차지했다.
가격이 분리되는 낮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을 반영해 평균 판매단가를 계산하면, 기존 SMP 기준 115원/kWh에서 비수도권 LMP 기준 75원/kWh로 낮아졌다. 가장 활발히 발전하는 시간에 가격 하락이 집중돼, 비수도권 현물시장 참여 설비의 전력 판매수익은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정부가 보호장치를 제시했지만, 실제 수익 감소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기후부는 재생에너지의 약 60%가 전력시장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가격계약 등을 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물시장 참여 태양광 설비의 99.5%는 1MW 이하로, 한전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전력구입계약을 체결하면 한낮의 가격 대신 월평균 가격으로 정산받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대책위는 고정가격계약의 보호 범위를 계약별로 검증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김숙 총장은 “정부가 제시한 ‘약 60%’의 산정 기준과 계약별 적용 예외를 공개하고, 계약 잔여기간에 따른 수익 영향도 분석해야 한다”며 “장기계약을 체결했더라도 SMP·REC 정산구조와 가격조정 조항, 계약 만료 후 재계약 조건 등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평균 정산 역시 시간대별 가격 급락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평균 가격 자체의 하락까지 막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낮 시간대 가격 하락이 월평균 가격을 끌어내리면 소규모 설비도 수익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또 ‘99.5%’는 발전설비 개소수를 기준으로 한 수치여서 보호 효과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비 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전체 설비용량이나 거래대금까지 그만큼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설비 규모별로 현행 정산과 LMP 시간별 정산, 월평균 정산을 적용했을 때 연간 매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 전환에 필요한 시간과 안전장치를 보장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정부는 2027년 이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가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해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고, 기존 현물시장 설비도 2029년까지 고정가격계약 등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책위는 “실제 계약 물량과 가격, 선정조건이 구체화돼야 하며 전환하지 못하는 설비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책위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 과정에서 기존 REC 현물시장에 3년의 유예를 두는 방안이 논의된다는 점을 들어 LMP에도 전환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설비의 인허가·투자·계약 시점과 차입 조건을 고려해 적용범위를 조정하고, 단계적 시행과 경과조치, 모의운영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