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밋그룹, G20 국가별 재생에너지 정책 평가한 보고서 발간
태양광 이격거리·복잡한 해상풍력 인허가·PPA에 불리한 전력시장 ‘문제’
“한국, 실제로 재생에너지 3배 늘리려면 자국 내 장벽 먼저 허물어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주 시작됐다. COP28에서 세계 각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를 늘리자는 합의에 한국도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RE100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후 비영리기구 클라이밋그룹은 G20 국가 중 8개 국가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에 관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정책적 장벽이 있음을 지적했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변국영 기자>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있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상풍력의 복잡한 인허가, 직접구매계약(PPA)에 불리한 전력시장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비영리기구 클라이밋 그룹은 4일 ‘에너지 전환의 자금 조달: 정부가 기업 투자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G20에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려면 ▲재생에너지를 풍부하게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용성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옵션이 있는지 여부의 접근성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가 공정한 가격이 책정되는지에 대한 경제성이 G20 국가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상풍력 인허가 절차, 전력시장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PPA(전력 구매 계약)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29개(57%)에 태양광 시설이 주택가 및 도로와 최소 거리(100~1000m) 밖에 있어야 한다는 태양광 이격거리 조례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이격거리 규제로 대부분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에 관한 감사 보고서에도 ‘실효성 있는 이격거리 규제 완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규제 완화나 새로운 입지 발굴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풍력 개발도 인허가 규제로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클라이밋 그룹은 한국에 통합된 해상풍력 특별법이 없이 인허가를 지자체가 일임하는 관료주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사업자가 29개 법률에 따라 10개 이상의 행정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대 624GW의 해상풍력 발전 가능성을 살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PPA에 불리한 국내 전력시장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주된 요소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시장은 기업이 PPA를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설계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최근까지 기업은 PPA를 체결할 때 한국전력공사에 망 이용료와 부대비용까지 지불해야 했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이중 과금과 같은 불공정한 상황을 초래하는 PPA의 이러한 계약상 의무를 일부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1월에 발표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요금 개편안이 나오며 그 의미가 퇴색됐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려면 표준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최대 1.5배 높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한국에서는 PPA 가격은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다.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전력시장 안에서 재생에너지에 공정한 가격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 예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인허가 제한을 완화함으로써 국가의 관점에서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더 풍부하고 저렴한 재생에너지가 들어서면 전체 에너지 비용까지 저렴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 기회를 확대하려면 한국을 비롯한 G20 정부는 기존 및 신규 재생에너지 인허가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G20 국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국가 또는 지역에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의 ‘가용성’ 문제, 둘째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옵션이 있는지와 같은 ‘접근성’ 문제, 셋째는 시장에서 재생에너지에 불합리한 가격이 책정되는지에 관한 ‘경제성’ 문제다. 보고서는 이와 더불어 제한적인 규제 환경과 시장 장벽으로 인해 야기된 정책적 문제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클라이밋 그룹 샘 키민스 이사는 “재생에너지는 21세기의 골드 러시지만 많은 기업, 지자체, 중앙정부까지도 여전히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값싼 화석연료의 시대는 끝났고 각국 정부는 시장을 개방해 저렴하고 청정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증가시키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고무적이나 실제로 약속을 실현하려면 자국 내 장벽을 먼저 허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OP28을 앞두고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두고 적극적인 행동과 세계 최대 경제국들의 강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올해 초 G20 국가들이 기존의 목표와 정책을 활용해 2030년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용량을 세 배로 늘릴 것을 약속했던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2021년 기준 G20 국가에 신규로 들어온 재생에너지 용량 중 2/3인 163GW는 석탄발전보다 저렴했다. 저렴하고 온실가스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달성하려면 국가들은 화석연료 의존성을 늘리고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전환을 늦추고 있는 정책적 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키민스 이사는 “재생에너지 시장의 규모가 2025년까지 2조1500억 달러(약 2792조원)에 이르고 장기적인 환경적 또는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면서 재무적 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투자 규모가 2020년에는 전 세계 35조 달러(약 4경5465조원)를 돌파했던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고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민간 부문과 협력하는 국가들에게는 상당한 시장 기회가 존재한다”며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속 장려하거나 정책 및 시장 구조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결국 막다른 길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에너지데일리(http://www.energydaily.co.kr)